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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압도적인 영상미의 전쟁영화

by 알맹이 202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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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줄거리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에게 하나의 미션이 주어집니다. 미션은 영국군 부대가 무모하게 독일군이 포진되어 있는 곳에 돌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의 수장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에린 무어' 장군(콜린 퍼스)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영화 1917은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1600명의 아군과 '블레이크'의 형(리처드 매든)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사투를 이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1917의 역사적 배경

영화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던 1917년, 서부전선을 배경으로 합니다. 전 세계가 거대한 살육의 현장으로 바뀌었던 제2차 세계대전과 달리, 1차 세계대전은 살육의 현장에 정확한 무대가 있었습니다. 바로 서부 전선이라고 불리는 약 250마일 정도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있는 지역에 집중되었습니다. 서부 전선은 프랑스와 벨기에의 전선으로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 동북부, 벨기에 전역은 폐허가 되었고 많은 사람이 학살되거나 다치거나 자살하였습니다. 영화는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라는 영국군 병사 두 명이 아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서부전선을 가로질러 가는 길을 보여줌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재현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당시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1917의 공간적 배경, No man's land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장군의 막사로 불려가 노 맨스 랜드를 건너야 된다는 명령을 받고 당황해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노 맨스 랜드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 참호와 연합군 참호 사이에 있던 평균 약 250미터 넓이의 공간을 말합니다. 원래 독일군이 처음 전쟁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프랑스군이 빨리 항복할 줄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독일군과 연합군이 벨기에 해안부터 프랑스 중부까지 길게 이어지는 300km 정도의 전선을 두고 4년이 넘게 대치하게 됩니다. 4년이 넘게 대치하게 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산업 생산력과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던 나라들이 자신들의 모든 노하우를 동원해 상대편을 죽이기 위한 도륙 공장 같은 것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No man's land입니다. 하늘 위부터 땅 위 심지어는 지하까지도 인간을 죽이기 위한 수많은 흉측한 기계들과 화학약품들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죽음의 땅이었습니다. 일부 역사가들은 노 맨스 랜드를 근대가 죽고 현대가 태어난 진창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여기에 참전했던 군인들은 중세기부터 내려오던 유럽의 모든 신사도와 기사도와 같은 중세 유럽의 가치관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되고 그것을 공산주의나 파시즘이나 내셔널리즘과 같은 20세기를 피 바다로 만든 이념들이 대체하게 되는 것도 바로 노 맨스 랜드 때문입니다. 

 

1917 영화의 시작, Oral history

이 영화는 007 스카이폴로 유명한 샘 멘데스 감독의 작품입니다. 샘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인 알프레드 멘데스는 실제로 1차 세계대전 때 전령병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께 1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듣고 자랐던 그는 마침내 이를 영화감독으로서 이 이야기를 화면에 담아내게 됩니다. 역사가들은 이처럼 사료에 나와있지 않지만 개인의 추억 속에 보관돼있던 역사를 Oral history라고 부르는데, 샘 멘데스 감독은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이 구술(구전) 역사를 꺼내서 비주얼로 만들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직접 겪으신 6.25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자랐습니다. 실제로 저희 할아버지께선 이북에 사셨는데 전쟁이 일어나고 온 가족이 함께 남쪽으로 피난을 오셨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어머니께선 집에 남아계셨던 시아버지를 모셔오기 위해 동생 셋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후 조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의 형님이 어머니와 동생들을 데려오기 위해 첩보요원으로 다시 북에 들어갔다가 인민군들에게 피랍되어 사리원(형무소)으로 압송되었습니다. 이를 듣고 어머니께서 겨울에 입을 옷을 만들어 사리원까지 면회를 가시던 중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1952년 즈음 전해 들으셨다고 합니다. 전쟁으로 하루아침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까지 잃으신 그 심정을 저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아직도 저희 할아버지께선 강화도에 가셔서 북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시곤 합니다. 전쟁의 아픔은 그 당시뿐만 아니라 여전히, 현재까지도 이어집니다. 영화 1917에도 크게 보이는 줄거리는 장군의 명령을 전하는 미션을 완수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폐허가 된 도시들과 함께 망가진 소시민들의 삶, 두려움에 떠는 아이와 젊은 여성 등 전쟁 속에 도사리고 있는 일상적 공포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또한 군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전쟁의 참혹함을 바로 앞에서 목격하는 주인공 스코필드의 심리묘사를 통해 이를 접하는 관객들, 즉 우리 모두에게 전쟁이 초래하는 이 어마어마한 공포를 마주하며 다시 한번 경각심과 공포심을 일깨워 줍니다. 이 영화를 보시는 2시간 내내 수많은 감정을 느끼실 수 있고 그 여운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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