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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가 되는 법,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2016)

by 알맹이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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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된 채 산속에 사는 한 가족의 자급자족 라이프

캡틴 판타스틱은 무정부주의자인 아빠가 도시로부터 떨어져 산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여섯 아이들을 철저하게 훈련시키고 교육하고 키우며 살아가는 가족에 대해 다룬 영화입니다. 아빠 벤(비고 모텐슨)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세상을 창조해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를 산속에 세우고 유지시키고자 합니다. 벤의 교육방식이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고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였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성인들도 쉽게 읽지 못하는 어려운 책들을 읽는가 하면 직접 사냥을 하고 손질을 하는 야생인, 자연인 그 자체의 삶을 살아갑니다. 책을 읽다가도 아빠의 주도하에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급 자유로운 분위기로 흘러가기도 하며 자유롭게 하지만 체계적으로 살아갑니다. 산속에서 키운다고 해서 육체적인 활동에만 집중되지 않고 지식과 교양을 쌓아가며 누구보다 훌륭하게 아이들을 교육합니다. 체력 단련뿐만 아닌 뇌 운동까지 시키며 내, 외적으로 모두 튼튼하고 강하게 키워내는 교육 방식이 참 멋지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다만 아이들은 산속에서 외부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아가다 보니 사회성은 결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큰 아들 보(조지 맥케이)의 에피소드만 보더라도 마트 앞에서 만난 또래 여자애들에게 말 한마디 못 걸고 우물쭈물하거나 캠핑장에서 만난 여자애에게는 키스 한 번으로 청혼을 하는 등의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교육을 워낙 잘 받아 생각과 인성이 바르고 훌륭하지만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큰 아들 보는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들에 줄줄이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되고 점점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내 산속에서 아빠의 지도 아래 반복되는 삶을 살았기에 이대로는 더 배울 것도 없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진짜 세상에 나가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생겨날 법도 합니다. 넷째 렐리안도 아빠의 교육방식에 반항심을 품고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택하기도 합니다.

아빠 벤의 과도한 신념으로 인해 진짜 세상을 경험해 보지 못 한 아이들

이런 갈등을 지켜보면서 벤이 아이들을 자기 나름대로 잘 키운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 또한 독재였겠구나 싶었습니다. 산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선택권 없이 그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아빠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온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혐오하고 무정부, 자신만의 이데아를 지향하는 아빠의 신념으로 인해 이 신념이 자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되어 자본주의 세상은 애초에 겪어보지도 못한 채 자라난 것입니다. 물론 사자나 나이같이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품 안에서 크는 게 당연하고 그럴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나이가 된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벤은 이런 점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오직 7 식구끼리 살아가는 공동체였기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무너지게 되므로 자신의 이데아를 유지하고 존속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논리적인 자신이 맞기에 논리가 없으면 선택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선이고 독재입니다. 자신의 신념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독단적인 벤의 성격과 행동들이 아내 레슬리의 죽음에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벤의 이러한 면모들 덕에 캐릭터가 뻔하지 않고 한층 더 입체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부모란 때로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변화할 줄 아는 어른

결코 흔들림이 없고 자신의 교육과 삶의 방식에 대해 확신에 차 요지부동이던 벤이라는 캐릭터가 후반부에 변화해가는 모습이 그래서 더 극적으로 와닿았습니다. 벤이 변화하고 타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자신의 무모함으로 인해 베스퍼가 사고를 당해 죽을 뻔한 위기에 놓인 사건입니다. 그 사건 이후로 누구 앞에서도 굽혀지지 않던 그의 신념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그들의 안전을 위해 굽어지고 맙니다. 결말이 더욱 맘에 들었던 이유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실수였다고 해두자.”라고 솔직하게 말하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상이 무너져 떠나려 했던 벤이 그토록 싫어하고 거부하는 속세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택한 것입니다. 벤이 좋은 아빠, 훌륭한 부모임이 분명한 것은 이상이 무너짐에 좌절하거나 허무감과 회의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고 아이들을 책임지는 어른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진정 좋은 부모란 자식에게 무엇이 최선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며 계속 시도해 보는 어른입니다. 모든 행동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실수했다고 또 실패했다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전혀 다른 방법도 시도해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변화한다고 해서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모든 것이 바뀌는 게 아닙니다. 캡틴 벤과 아이들처럼 환경은 변해도 여전히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아내 레슬리가 남긴 편지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의해 규정된다.” 한 인간을 알고자 한다면 그가 남긴 말이 아닌 살아온 삶을 보면 됩니다. 벤을 보면 그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몸소 실천해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주는 멋진 아빠입니다. 

<캡틴 판타스틱> 배울 점이 많은 명작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까 봐 망설이는 벤에게 넷째 아들 렐리안은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희망이 없어진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본능이 있다면 아직 변화의 기회는 있고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노엄 촘스키의 말을 전합니다. 정말 멋진 말인 것 같습니다. 갈등하고 고민하고 있던 아빠 벤에게 다음 행동을 할 수 있게 용기를 준 딱 시기적절한 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벤이 수염을 깎는 장면과 첫째 아들 보가 머리를 미는 장면이 <아저씨>에서 원빈이 홀로 이발하는 장면보다 훨씬 멋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점이 아이들 모두 기본 3 개국어는 하는 것 같았는데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 실력이 늘고 회화가 가능해지는 건데 어떻게 산속에서 자기들끼리 공부하고 배우고 써가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이 된 것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벤 밑에서 교육받아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가 벤과 아이들처럼 산다면 단 하루도 그들의 일과를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아침 운동부터 사냥에 암벽 등반에 빙하 등반이라니 생각만 해도 벌써 버겁습니다. 그렇지만 영화 속 8 살 사자가 권리장전에 대해 읊을 때 벤이 달달 외운 거 말고 그냥 너만의 언어로 네 생각을 말해보라고 하는 장면에서 저도 어려서부터 주입식에서 그치는 교육이 아닌 이런 식으로 표현해 버릇하는 교육을 받았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배울 점이 참 많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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