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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을 그리다, 어떤 여인들 (Certain Women, 2016)

by 알맹이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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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인들>의 담백한 연출 방식

이 영화는 네 명의 여자가 등장하는 각각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그녀들의 삶을 관찰하듯 보여줍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변호사로 일하며 고객을 상대하는 로라의 이야기가, 두 번째에서는 집을 짓기 위해 사암을 구매하려는 지나의 이야기가, 세 번째로는 야간 학교의 한 젊은 법대 졸업생인 선생님과 외로운 목공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변호사,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 목장에서 말을 돌보는 일을 하는 등 그들의 삶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딱히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고 그저 이 여성들의 삶을 관조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여성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를 따라가게 만듭니다. 이들이 타인을 만나며 나누는 대화, 행동들을 보며 관계를 맺어 나가며 겪는 감정들을 지켜보게 되는 것입니다. 배경인 몬타나의 겨울만큼 황량한 관계들이 건조한 화면으로 나타나고 기차, 라디오, 자동차, 말발굽 소리, 새소리 등의 비언어가 사람 간의 대화를 압도하며 풍경과 인물을 함께 보여주는 풀 샷이 유독 많은 연출 방식은 더욱 그녀들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배경 음악도 거의 없고 대사도 많지 않아 침묵하는 시간이 많은 이 정적인 연출은 일상적인 그녀들의 삶과 맞닿아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더욱 담백하고 침묵의 시간들을 통해 더 깊이 그들에 공감하며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여백을 만들어줍니다. 개인적으로 내러티브 영화가 아니라 영화적인 재미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감정들이 참 섬세하게 표현되어 좋았습니다. 영화 제목 그대로 어떤 여성들의 삶을 그 자체로 그대로 전달해 주어 수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

3 편의 에피소드는 각각 비즈니스적 사회관계, 마을 공동체와 가정 내의 관계, 그리고 혼자라는 일련의 관계 축소 속에서 여성들의 삶과 단절 속 그들의 고독을 이야기합니다. 미국 서북부 몬태나 주의 광활한 평원에는 자신의 길을 찾으려 애쓰는 세 명의 여성이 서로의 삶이 조금씩 연결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 에피소드에서 한 남성 고객을 만나 계속 그를 대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로라의 모습을 통해 그녀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라를 들들 볶던 남성 의뢰인은 다른 중년의 남성 변호사를 만나 그녀가 여태 설명하던 것과 똑같이, 고소할 수 없다는 한마디를 내뱉자 바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감옥에 가서도 자기 와이프가 도망을 갔으며 왜 편지를 안 하냐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는 고충과 그로부터 오는 삶의 피곤함을 잘 드러냅니다. 또 지나의 이야기는 사암을 구매하러 들른 노인의 집에서 자신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노인의 태도와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 남편, 그리고 이런 남편 때문에 자신만 늘 나쁜 역할을 해 사이가 좋지 않은 딸까지,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그녀의 외로움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홀로 목장 일을 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던 여자가 야간 수업을 듣게 되며 거기서 만난 한 젊은 여선생과 유대감을 쌓아가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관계로 냉대 받는 그녀의 상처를 보여줍니다.

관찰자로서 들여다보는 그녀들의 삶

이 여성들은 모두 그저 영화 속에서 별생각 없이 흔하게 그려지고 소비되곤 하는 가벼운 여성 캐릭터들이 아닙니다.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평범한 그녀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조용하고 잔잔하게 관찰하듯이 표현하였습니다. 이 여성들이 맺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이들 모두 각자가 놓인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벗어나 인간의 연을 맺는 데 모두 서툴거나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분리됐고 현실적이며 그녀들의 외로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며 그들 곁에 머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동시에 나를 들여다보게 되며 특별할 것 없지만 항상 겪으며 살아가는 것들과 감정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여성의 삶과 그녀들의 심리를 섬세히 표현한 여성 영화

영화의 제목과 더불어 여성 주연 영화라는 표면상의 텍스트로 페미니즘 영화라 단정 짓기에 앞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에 더욱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여성 변호사가 남성 고객을 만나 겪는 어떠한 사회적인 젠더 불평등, 부조리함과 가정 내 여성으로서의 젠더 이슈를 보여주는 등 이 세계의 여성으로서 겪는 일들을 보여주며 이를 겪고 말하는 이가 여성이기에 페미니즘 영화임이 어느 정도 분명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에선 여성으로만 구성된 세계에서 여성과 여성,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에만 집중해 보여주어 온전히 두 사람에게만 집중하게 되고 결국에는 한 사람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이상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인간의 삶과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하게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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