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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종교에 대한 성찰,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2019)

by 알맹이 2023.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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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리폼드>의 줄거리

이 영화는 ‘톨러’(에단 호크)라는 한 목사가 신도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부탁으로 그녀의 남편 ‘마이클’(필립 에팅거)을 상담해 주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톨러 목사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과거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철저한 금욕생활을 하며 고립된 ‘퍼스트 리폼드 교회’에서 홀로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입니다. 퍼스트 리폼드라는 이 작은 교회의 소유자는 ‘풍요로운 삶 교회’라는 기업 수준의 거대한 교회인데, 이곳에서는 톨러에게 본당에 와서 목회 활동을 하라고 권유하지만 톨러는 이를 모두 거부하며 퍼스트 리폼드 교회에 남아 생활하는 것을 고집합니다. 그러던 와중 신도 메리가 자신의 남편을 상담해 줄 것을 부탁하고 그는 마이클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마이클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경운동가로 세상을 절망으로 가득하며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없는 곳이라고 규정하고 임신한 아내를 두고도 아이를 지우고 싶어 합니다. 마이클은 매년 백 명에 가까운 환경 운동가들이 정부와 기업의 탄압으로 살해당하고 자신의 친구 부부도 그렇게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동료들은 죽었고 세상에 악은 활개치는데 자신만 살아남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무력감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마이클이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비폭력을 지향하던 환경 운동가가 바뀌지 않는 사회에 대한 반발심이 폭력으로 뒤바뀌어 사회에서 용인되기 힘든 폭력을 행하게 된 것입니다. 마이클의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표출해야 한 번이라도 봐주고 관심을 가져주기에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고 결국에는 자살을 하기에 이릅니다.

'마이클'의 죽음이 '톨러'에게 가져온 변화

마이클의 죽음으로 톨러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이를 계기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마이클의 노트북에 있던 자료들을 보던 중 바크 기업의 심각한 환경 문제 및 횡포를 알게 되고 그 기업이 풍요로운 삶 교회의 후원 기업으로 교회가 이를 감싸주며 모른 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톨러는 기업의 돈을 받아서 기업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교회의 세속화와 이중성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되고 현대사회의 교회와 종교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됩니다. 또한 마이클의 죽음 이후에 톨러는 극단적인 심리 변화를 겪으며 점차 마이클에 과몰입하게 되고 동화되어 가는데 이는 고립된 금욕생활에서 축적되어 온 죄책감이 영광의 자살이라는 새로운 해결책, 출구를 발견하고 자학적 욕망으로 분출되어갑니다. 그렇게 톨러는 구원도 희망도 없이 시간만 죽이는 삶(여태까지 살아온 삶)이 아닌, 악인들에 맞서 장렬히 산화하는 순교자의 죽음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메리'의 존재와 기독교적 접근에서의 결말 해석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톨러는 마이클의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자기 파괴와 자기희생으로써 교회에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테러를 감행하려 하지만 이는 메리의 등장으로 좌절되고 맙니다. 톨러에게 있어서 메리의 존재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연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톨러는 마이클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었고 남편을 잃은 메리와 같은 아픔과 고통을 공유하며 감정이 점차 확대되어 간 것입니다. 결말 장면을 완전한 사랑으로의 승화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는 종교가 없어서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조금 찾아보았는데, 톨러가 강력 세정제를 컵에 따르고 그걸 마시고 죽으려 하는 순간에 메리가 나타나는데 이와 비슷하게 성경에 예수가 로마 병사들에게 붙잡히기 직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는 장면이 있다고 합니다. 또 톨러가 예수처럼 가시를 몸에 두르고 잔을 들려는 바로 그 순간 잔을 거두어줄 신의 사자로 메리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메리’라는 이름도 성모 마리아의 영어 이름이라고 합니다.

<퍼스트 리폼드> 감상평

기독교와 성경에 대해서 알지 못해서 영화 전반의 종교적인 내용과 장치들을 파악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종교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인간 내면의 심리적, 정신적 작용과 이에 말미암아 썩은 기업과 타락한 교회, 환경 문제를 재고해 볼 수 있는 작품이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톨러 목사라는 캐릭터로부터 접근해 가는 방식이 뻔하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전반적으로 진행 내내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했기에 지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4:3 화면 비율로 대부분이 픽스 샷으로 구성되어 답답하기도 했는데 이는 관객이 제3자의 입장에서 방관하는 느낌을 받게 하려고 의도한 것 같았고 주인공이 마이클에게 동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카메라 무빙이 점차 움직이기 시작해 기법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쓴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내 다양한 폭력의 양상

이 영화에서는 마이클과 톨러 목사의 극단적인 자기 파괴부터 마이클의 죽음을 톨러 목사의 탓으로 돌리는 바크의 말과 톨러가 자신을 좋아하는 여신도 에스더에게 보인 언어폭력, 거짓말을 통해 사람들을 무지하게 만드는 매스미디어의 폭력까지 폭력의 양상이 굉장히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반드시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폭력만이 폭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 모두 똑같은 폭력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밝힙니다. 저는 마이클과 톨러의 행동이 용인될 수는 없지만 끝내 그렇게 해야만 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행동을 두고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인 잣대로만 판단하면 안 됩니다. <퍼스트 리폼드>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사회와 곳곳에 만연한 폭력과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우리는 어떠한 태도로 이 같은 문제들에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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