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천국> 기본 정보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연출, 미셀 부케 주연의 1991년에 만들어진 벨기에 영화로, 이웃집 소년에게 자신의 인생을 도둑맞았다는 피해의식 속에 살아가는 토토라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러닝타임은 92분으로 제4회 유럽 영화상, 올해의 유럽 영화 신인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제44회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 협회상(황금 카메라상),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외국어상, 로튼 토마토 신선도 85점, 관객 점수 92점, IMDB 유저 평점 7.5 비평 사이트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토토의 천국> 줄거리와 결말
토토라는 한 남자의 생애를 한 편 보고 난 뒤 인생의 덧없음과 잔인함을 보았습니다. 또한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천을 뒤집어쓰고 꼬꾸라져 죽어있던 이가 토토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는 보는 이의 예측을 깨뜨리는 동시에 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결말임이 분명합니다. 토토는 자신이 갓난아기였을 때 병원에 화재가 나 산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찾으러 신생아실에 내려왔는데 그때 자신의 친엄마가 자신 말고 옆에 다른 아이를 데려가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은 다른 엄마가 데려온 것이며 자신은 이들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점이 영화의 시발점입니다. 정말로 신생아가 그 장면을 기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내내 들긴 했지 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토토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것이 진짜라고 믿고 자랐다는 사실입니다. 토토의 바로 앞 집에 사는 친구 알프레드가 바로 그 신생아실의 옆에 있던 아이인데, 이 때문에 토토는 알프레드가 자신의 삶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부잣집 아들인 알프레드를 보며 토토는 그를 부러워하고 질투합니다. 알프레드가 토토의 적대자라면, 가장 가깝고 친밀한 이는 바로 누나 앨리스였습니다. 자신을 키워주는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고 굳게 믿어서인지 토토는 누나 앨리스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며 그녀를 매우 사랑합니다. 유년 시절에 토토는 이 둘과 관련해서 아주 큰 사건을 겪습니다. 첫째는 알프레드의 아버지로 인해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해 가정에 큰 위기가 온 것이고, 둘째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앨리스의 죽음입니다. 토토의 치기 어린 질투로 앨리스는 그를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려고 알프레드의 집에 불을 내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토토는 이 모든 불행이 자신의 뒤바뀐 운명 때문이라고 믿게 됩니다. 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한 토토는 성인이 되어서도 앨리스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다 앨리스와 똑같이 생긴 여자, 에블린을 우연히 마주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이 여자는 알프레드가 앨리스를 잊지 못해 그녀와 외적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게 한 알프레드의 아내였고 토토는 이 모든 일을 알프레드 탓을 하며 그를 한 평생 증오하며 그에게 복수할 날만을 꿈꾸며 살아가게 됩니다. 노인이 된 현재까지도 병원에서 탈출까지 감행하며 평생의 원수인 그를 죽이고자 합니다. 그렇게 찾아간 곳에서 토토는 아무 힘도 없는 나약한 늙은 남자를 마주하고 그에게서 아주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게 됩니다. 나는 너를 부러워하며 살았다고, 너의 삶은 나보다 단순했으며 내가 사랑한 여자는 너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고. 이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지. 나는 평생 너를 부러워하며 너로 인해 망가진 내 인생에 좌절하며 평생 너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복수만을 꿈꾸며 살아왔는데. 여기서 저는 삶의 잔인함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소년에서 어른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에 얽매여 자신이 규정지어버린 믿음에 속박되어 살아온 것입니다. 이 때문에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상실감과 무력감, 허무감에 빠져 인생이 덧없다고 느끼게 된 것입니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기에 그 허무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태어날지는 정할 수 없으나 어떻게 죽을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토토는 삶의 소중한 순간순간들을 놓치며 그릇된 집념에 사로잡혀 지옥을 살아왔고, 결국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허탈함에 빠져 알프레드를 대신해 삶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마지막까지도 알프레드 아버지의 초상화를 보며 “안녕, 아빠”를 외치는 토토가 제 눈에는 그저 마지막까지 평생을 살아오게 한 그 믿음을 저버리지 못하고 그것에 매달린 것으로 보였습니다. 과연 그렇게 생을 마감한 토토는 이 지옥 같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천국으로 간 것일까요?
과거에 대한 집착이 인생을 망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그 하나의 견고하고도 굳센 집념이 그를 살아가게 한 것입니다. 비록 그 삶의 원동력이 그릇된 곳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말입니다. 우리의 괴로움은 주로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됩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들을 사진이라도 찍어둔 듯 마음속에 고이 간직한 채 그 잔영에 집착하고 매달려서 스스로 고통을 확대하고 재생산합니다. 스스로를 어둠의 동굴에 가두는 꼴인 것입니다. 토토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에 얽매여 고통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유년기의 토토는 갓난쟁이 일 때의 기억에 얽매여 살았고 성인이 된 토토는 현재를 살아간다기보다는 앨리스를 잊지 못하며 과거에 묶여 살았고, 노인이 된 토토는 그 모든 과거에 속박되어 단 한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나이를 먹었어도 오래전 그 시절을 살고 있는 셈인데, 결국 모든 상처는 그 기억을 붙들고 있는 나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 긴 세월을 살아왔고 허무와 후회, 상실 속에 죽음을 맞이했기에 인생은 덧없으며 잔인했던 것입니다. 삶은 때때로 선택의 연장선상입니다. 과거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달라졌겠지 하는 생각은 후회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현재를 똑바로 직시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합니다. 내가 과거에 얽매여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