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두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나이트클럽 종업원인 토니(비고 모텐슨)는 클럽이 문을 닫는 두 달간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던 와중, 미국 남부 순회공연 예정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채용됩니다. 토니는 올레그, 조지와 함께 건네받은 그린 북을 들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린 북은 흑인들이 여행을 하면서 갈 수 있는 곳들을 알려주는 안내 책자입니다.)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여정의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고 셜리는 거친 토니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토니는 그 나름대로 셜리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둘은 서로에게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며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온갖 인종차별에도 차분하게 대응하는 셜리의 모습을 보고 토니는 감탄합니다. 사실 셜리는 북부 투어만 했다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인종차별의 벽을 허물고 싶었던 마음에 남부 투어를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셜리는 백인 경찰에게 엄청난 모욕을 당하게 됩니다. 이를 참지 못한 토니가 경찰을 폭행하고 둘은 결국 유치장에 갇히게 됩니다. 셜리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유를 박탈당하고 변호사와 연락할 권리마저 빼앗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해 겨우 전화를 한 통하게 되고 이 전화를 통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린북은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1962년 미국을 배경으로 생각, 행동, 말투, 취향, 성격까지 완벽히 다른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린북 비하인드
놀랍게도 이 영화는 두 남자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은 바로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입니다. 어린시절부터 두 사람을 지켜봐 왔던 닉 발레롱가는 "언젠가 아버지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그 시기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의 출발을 설명했습니다. "아버지가 해준 이야기는 가족 대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였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삶을 바꾸고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야기"라며 아버지가 간직했던 소중한 우정을 오래전부터 스크린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음을 전했습니다. 아버지 토니 발레롱가의 인생을 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평생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닉 발레롱가는 토니와 돈 셜리가 전하는 수많은 경험담을 긴 시간에 걸쳐 직접 녹음하고 촬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돈 셜리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얻은 노트, 브로셔, 엽서, 두 사람의 당시 여정이 표시된 지도는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그는 제작자이자 동시에 각본 작업에도 참여해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다 생생하게 스크린에 불러내는 데 일조했습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50여 년을 이어져 온 이야기 <그린북>은 세월을 뛰어넘어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전하는 감동 실화에 기반한 작품입니다.
그린북을 보고 나서 느낀점
정 반대의 성향인 토니와 돈 셜리가 여정을 떠나 동행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져 보는 재미가 충분합니다. 동시에 인종차별의 사회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당시의 사회적 문제를 고발합니다.
외로워도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손 내미는 것도 당연히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토니는 이런 면에선 용감하고 멋진 사람입니다. 돈 셜리는 그 홀로 감내해왔고 그에는 깊은 앓음이 뒤 따랐을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여정, 그 과정은 흥미진진했고 행복감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상대의 모든 점을 인정하고 그 자체로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모두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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